[식당 리뷰] 경치가 좋은 라멘가게, 영도 청학동 상생라멘
코로나 이후, 요 몇 년 사이 영도가 들썩거렸다. 흰여울마을과 동삼동을 중심으로 여러 개성넘치는 가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이 트렌드가 되면서 여러 관광객들도 경치가 아름다운 영도에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오미크론 사태가 심각한 요즘에는 덜한 편이지만, 작년 여름만 해도 흰여울마을은 전국에서 온 사람들으로 붐벼 낮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오늘 방문한 곳은 그렇게 입소문을 탄 가게 중 한 곳이다. 바로 청학동에 위치한 상생라멘이다. 이 곳은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곳으로, 영도에 몇 없는 라멘 가게 중 하나다. 신기산업 카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마을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많이 붐비고 길이 험하다) 자가용으로 가는 것이 좋다.
이 날은 원래 신기산업에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상생라멘을 보고 들어가게 되었다. 큼지막한 간판 때문에 눈에 잘 띠는 편이다.
마침 운이 좋게도 저녁 오픈시간인 5시에 딱 맞추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앞에 손님 6명 정도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5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 주문할 수 있었다. 교통이 용이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자차를 통해 온 사람이 많아보였다.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곳 같기도 했다.)
이 곳 외에도 동래, 해운대구에 각각 점포가 더 있다고 한다. 이 곳 영도 지점에는 1,2층으로 가게가 나뉘어져 있는데, 경사진 곳에 위치해 경치가 좋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2층으로 가려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2층은 테이블, 1층은 바 형식으로 좌석이 구성되어 있다.
식당 내외에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있는 액세서리들이 많아 눈길이 갔다.
테이블은 두 칸마다 칸막이가 쳐져있는데, 각 칸마다 종이컵과 식수, 수저가 놓여있었다. 저렇게 수저를 놓으면 먼지가 묻지 않으려나? 싶은 걱정도 들었다.
상생라멘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대창라멘과 사이드메뉴인 고로케를 각각 주문했다.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한 명 뿐이라 그런 것인지, 내 앞에 사람이 얼마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거의 20~30분은 기다렸던 듯 하다.)
각자의 차례가 되면 부추무침과 단무지를 덜어 앞에 내어주신다. 부추무침은 초장같은 맛이 강하게 나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단무지는 자잘하게 건더기가 들어있었지만, 단 맛이 적은 걸 빼면 보통의 단무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주문한 대창라멘(9,500원)과 고로케(2,500원) 이 나왔다.
상생라멘의 시그니처 메뉴인 대창라멘이다.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이 메뉴를 가장 많이 시키는 듯 해 기대가 컸다. 그런데 생각과 가격에 비해 꽤나 실망을 많이 한 메뉴였다.
곁들여져 나오는 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한국식 돌김이었는데, 여기서부터 실망이 꽤 컸다. 성의는 둘째 치고, 국물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라멘 자체가 짠 음식이다보니, 보통의 가게에서는 간이 되지 않은 김을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 같이 먹었을 때에도 잘 어울리게 구성을 해준다. 그런데 먹으면서도, 대체 왜 넣은 거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토핑이었다. 최근들어 라멘이라는 음식 자체가 가격이 많이 오른 편이다. 7,000원이면 싼 편이고, 9,000원, 10,000원까지도 호가하는 집들이 많다. 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퀄리티나 양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 비하면 상생라멘은 개인적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이 많았다. 대창라멘이라는 생소한 메뉴에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대창은 4조각 정도만 들어있어 커다란 접시가 허전하게 보일 정도였다. 배추와 숙주 역시 양이 무척 적어 허망하기도 했다. 대창이 들어갔는데 야체가 적으니, 먹으면서 느끼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면은 얇고 쫄깃한 타입이었다. 크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보통이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국물이다. 라멘이라기 보다는 칼국수나 한국식 요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아마 고춧가루에서 비롯된 칼칼한 맛이 강해서 일 거라 생각해본다. 다른 라멘 가게에서 맛볼 수 있는 돈코츠 특유의 진한 맛은 전혀 나지 않는 것이, 다른 육수를 쓰신 것도 같았다. 이 곳의 라멘 육수의 특징은 아주 짜다는 것. 먹으면서 물을 여러번 마셨던 기억이 있다.
라멘이라는 음식 자체가 본디 짭짤한 편이다. 그런데 그런 음식의 특성을 살렸다기 보단, 그냥 짜다는 인상이었던지라 좋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느끼한 대창의 기름기, 적은 야채, 짜고 매운 국물이 합쳐지니 맛이 퍽 부담스럽게 다가와 물을 수시로 먹어댈 수 밖에 없었다.
함께 주문한 사이드메뉴, 감자고로케(2,500원). 감자고로케 두 개와 마요네즈 소스가 곁들여져 나온다.
고로케 내부에는 감자와 잘게 다진 햄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이 메뉴도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다. 라멘도 느끼한 편이었는데, 느끼한 마요네즈 소스가 더해지니 정말 느끼했다. 소스가 조금 더 상큼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아는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영도에는 일식집이 유난히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는 그리 흡족하지 않았던 것 같다. 꽤 짜고, 자극적이고, 기름지다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곱창라멘의 경우는 가격에 비해 부실하다고도 느껴졌다. 직원분들의 접객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강했던지라, 다시 갈 일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영도에 처음 가시는 분들, 멋진 경치를 보며 식사를 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멋진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