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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작, 오페라 희가극 '세빌리아의 이발사' 본문

예술문화/공연

[공연 리뷰]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작, 오페라 희가극 '세빌리아의 이발사'

ca12 2021. 9. 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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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용구입니다. 영도문화예술회관에서는 무료 예술행사를 자주 열곤 합니다. 영도 자체가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곳이고(그 흔한 영화관이나 대형 서점도 하나 없죠.),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분들이 많이 계시다 보니 그분들 위한 배려가 아닐까 한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보니 예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어려움이 적도록 행사를 계획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렇게 쓰면 공연의 질이 낮을 것 같아 걱정이 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부산출신 예술가들로 구성한 친절한 공연들을 보고 나면, 어느샌가 여운에 흠뻑 젖어 나오는 저를 보곤 합니다.

오늘 소개할 공연 역시 영도문화예술회관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연 공연인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입니다. 올해 7월 1일에 보았습니다.


줄거리
후견인 바르톨로의 집에 살고 있는 로지나에게 반한 알마비바 백작은 매일 아침 그녀의 집 발코니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부르지만 답이 없어 괴롭기만 하다. 이때 세빌리아의 이발사인 피가로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로지나의 집으로 들어간 백작은 결국 그녀의 마음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는 바르톨로는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로지나는 백작의 진심을 오해하고 몹시 화를 내며 바르톨로에게 사실을 말하는데, 상심해 있는 로지나를 데리러가기 위해 자정에 숨어들어 온 백작은 로지나의 오해를 풀고 자신이 백작임을 밝히는데...



제가 예매를 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이 아주 적었습니다. 그래서 공연 당일날 까지만 해도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만석도 모자라 줄을 서서 들어갔습니다. 앉아서는 팸플릿을 읽으며 공연을 기다렸죠. 가족단위의 관객이 대부분이라 시작 직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 했지만, 공연이 시작되니 인근 도서관 못지 않게 조용해졌습니다.


박자나 멜로디의 아름다움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지만 작품 내의 스토리나 가사의 내용은 해당 작품을 미리 공부한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저도 이전에 공연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문제는 하필 모르는 작품을 본 것이었습니다. 내용도 난해한지라 비싼 돈을 주고도 제대로 보긴 커녕, 지루함을 느끼다 푹 잠만 자고 왔습니다. 알고보니 저만 그런 것이 아니더군요. (ㅠㅠ)

그런 점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예술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 관객, 그리고 모두를 위한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의 양 옆에 비치된 디스플레이에서는 노래의 원문, 한국어 가사를 함께 송출해주어 작품을 모르는 사람들도 가곡을 이해하며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시국이라든가, 목장원 등 이 시대의 영도구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농담도 중간중간 쳐주셔서 아주 즐겁게 보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은 대중에게 이해받을 때야말로 진정 의미를 갖는다는 입장입니다. 본인이 아무리 열성적이라 한들 당장 이해를 받지 못하면 스스로의 즐거움으로만 남죠. 가수분들이 중간중간 던지는 농담에 웃고, 모두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며 이런 게 정말 예술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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