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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소장품 하이라이트Ⅲ <경계 위의 유랑자>-부산시립미술관 본문

예술문화/전시

[전시 리뷰] 소장품 하이라이트Ⅲ <경계 위의 유랑자>-부산시립미술관

ca12 2021. 6. 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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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용구입니다. 여러분은 부산시립미술관을 알고 계신가요? 부산분들은 아주 잘 아실, 벡스코의 바로 옆에 위치한 미술관입니다. 공공기관으로서 질 좋은 전시들을 여럿 열어 부산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죠.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감사한 일 같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부산시립미술관의 전시들 중 하나를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소장품 하이라이트Ⅲ <경계 위의 유랑자>展입니다.

전시기간은 8월 15일까지로,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소장품 하이라이트Ⅲ 《경계 위의 유랑자》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설치작품을 중심으로 동시대 미술가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탐구한다. 우리는 이원화된 경계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경계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제이기도 하다. 러시아 기호학자 유리 로트만(Yuri M. Lotman 1922~1993)의 저서 『기호계: 문화연구와 문화기호학』에서 경계가 대립하는 양 극점 사이에는 구조적 중립지대가 존재하며, 이곳에서 축적되는 구조적 요소들은 양가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고 한다. 이항 대립적이고 결합 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결합되어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의미와 가치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출해 내는 곳이 경계의 중립지대로 해석된다. 이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동시대미술의 맥락과 상통하는 부분으로 동시대미술가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경계 위의 유랑자》는 안과 밖 같은 경계의 개념에서 벗어나 그 경계 선상에서 양립적이지만 서로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소통하며, 이분법적인 도식을 해체하고 전복한다. 더 나아가 이들 작업들을 통해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의미와 예술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소개글-




저 멀리, 좌측에 시립미술관 건물이 보입니다. 중간중간 표지판이 있어 찾아가기 편합니다.



종종 우왕좌왕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 쪽으로 가시면 바로 입구가 나옵니다. 이건 시립미술관 쪽에서도 제대로 표시를 해주시면 좋겠네요.



관람 전에 온라인 예약 하고 가시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사전예약- (https://art.busan.go.kr/01_guide/guide11.jsp)



손 소독, 체온 체크, 명단 확인까지 마치고 나면 이런 종이를 받습니다. 전시는 해당 시간동안만 관람이 가능하며, 종이에 적힌 코스대로 관람을 해야 합니다. 종이에 적힌 이우환공간은 시립미술관 바깥에 위치해 있습니다.



층계 소개를 보시면 층별로 전시 소개가 적혀 있어 찾아가기 수월합니다. 전시를 보러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 중앙에는 블라인드를 이용한 작품으로 유명한 양혜규 작가님의 작품, <솔 르윗 뒤집기-8배로 축소된, 셋X넷X셋>이 보입니다. 이 역시 <경계 위의 유랑자>展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아티스트 솔 르윗의 작품을 변형시킨 것이죠. 일종의 인용, 패러디라고 할까요?


전시 제목이 적힌 가벽이 크게 세워져 있습니다.



전시는 크게 두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우측의 공간으로 들어서면 간략한 전시의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경계 위의 유랑자>展은 말 그대로 부산 시립미술관의 소장품들을 내보이는 전시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날 현대미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것이 특징적입니다.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어느 '경계'에 대한 질문을 내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닥에 일자로 세로 선을 하나 긋는 순간부터 땅은 오로지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분이 되기 시작합니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 땅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게 되는 셈이죠. 땅에 그어둔 선처럼, 사회에서도 양 극단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절대 결합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와 의미가 생겨나는 곳이 중립지대입니다. <경계 위의 유랑자>에서는 이분법적인 경계선상에서 벗어나, 양쪽 모두에게 가치를 부여하며 이분법적인 도식을 해체하려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입니다. 바르텔레미 토구오 작가의 <Road to Exile>. 바르텔레미는 공생을 주 주제로 삼고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작가로, 제 3세계 흑인 남성입니다. 금방이라도 넘칠 듯 위태위태한 쿠션들, 앞으로의 항해를 거세게 가로막는 벽돌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만찬>이 생각나는 작품, 김아타 작가의 <On Air Project 077-1,077-2,077-3,077-4,077-5,The Last Supper>입니다. 모델 13명이 번갈아가며 예수와 열 두 제자를 연기하며 찍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얀 파브르로, 곤충박사 파브르로 유명한 앙리 파브르의 손자입니다. (!) (우측 욕조) 상단에 배치된 문구가 눈길을 끄네요. ‘이 얼마나 유쾌한 미친 짓인가!’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Pivotal study>. 유리구슬들이 검게 칠해져 있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유리구슬의 투명한 부분의 크기도 점점 변해서, 마치 달을 보는 듯 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관람객의 상이 비치는 것도 신기했고요. pivotal은 '중심 축이 되는'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경계 위의 유랑자> 전은 이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다시 보니 또 새롭게 감회가 느껴져 재미있었습니다. 주제가 난해하다면 난해할 수 있는 주제이다보니, 보시기 전에 시립미술관의 전시 소개를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https://art.busan.go.kr/02_display/display01_1.jsp?amode=view&id=20210304115204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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