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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전시

[전시 리뷰] 이토록 아름다운:The Nature of Art-부산시립미술관

ca12 2021. 6. 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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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소장품 하이라이트Ⅲ <경계 위의 유랑자>-부산시립미술관

안녕하세요, 용구입니다. 여러분은 부산시립미술관을 알고 계신가요? 부산분들은 아주 잘 아실, 벡스코의 바로 옆에 위치한 미술관입니다. 공공기관으로서 질 좋은 전시들을 여럿 열어 부산시

yonggoosstastyroad.tistory.com



안녕하세요, 용구입니다. 이전 시간에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경계 위의 유랑자>에 대해서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만, 오늘은 시립미술관 3층에서 함께 전시되고 있는 <이토록 아름다운:The Nature of Art> 전에 대해서도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전시기간은 9월 12일까지로, 마찬가지로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전시 소개



⟪이토록 아름다운⟫ 전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예술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용기를 일깨우고자 기획되었다.

인류사의 대재앙이라 불리는 코로나 팬데믹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시대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평범했던 우리의 일상은 순식간에 통제되었다. 이전의 생활 방식은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염원은 쉽게 응답하지 않을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신자유주의의 모순으로, 기후 변화가 낳은 저주로, 문명 파괴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더불어 불안•공포•좌절은 인간의 정신을 대체하는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재난 상황은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진단하고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시대를 예측하는 기회가 되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말했듯이, “우리는 반드시 스스로에게 꿈을 갖도록 허락해야 한다. 이는 한참 전에 해야 했던 개혁들을 감행할 수 있는 시간이며, 불의의 구조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러한 코로나 비극 속에서 진정한 치유는 쉽게 성취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극의 시대에서 예술과 만나고, 사유하고, 감각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예술과 조우하며 생각해 본다. 인류의 모습은 어떤가, 함께 공생하는 대지의 생명력은 어떻게 꿈틀거리는가. 다시, 삶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본 전시는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오늘로부터–상상을’이다. 세계의 구조적 모순을 포착하고, 상상력을 동원한 미래를 향한 제언에 귀 기울인다. 두 번째는 ‘공백으로부터–사유를’이다. 외국의 자연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구속된 신체를 해방시킨다. 또한, 재난 상황으로 외롭게 떠난 고인들과 남겨진 자들을 함께 애도한다. 마지막 섹션은 ‘대자연으로부터–용기를’이다. 대자연이 주는 위대함, 숭고, 그리고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소개글-





전시공간인 3층으로 올라가면, 가장 뒤에 있는 가벽에 전시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전은 총 4개의 구역에서 전시됩니다. 각 구역별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토대는 같습니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상,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우리는 많은 공포, 불안, 좌절을 느꼈습니다. 코로나 시대로 많은 것을 잃고 포기해야만 했죠. 그건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 또 언제가 되어야 끝날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코로나 시대는 많은 부조리와 사회의 모순성을 발견하게 되는 때이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展에서는 그런 슬픔을 되돌아보고, 다시 곱씹어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는 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야말로 현시대를 반영한 전시입니다. 이는 각 구역별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죠. '황홀과 익사 사이', '오늘로부터-상상을', '공백으로부터-사유를', '대자연으로부터-용기를'.



제 1-1구역 전시실입니다. '황홀과 익사 사이'라는 부제를 내걸고 있습니다. 작품은 하나 뿐이지만 가장 인파가 많은 구역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 구역을 보러 오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컴컴한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방 한가득 거대한 파도가 몰아칩니다. 물론 이는 실제 파도가 아닌, 가상의 파도(영상)입니다. ^^; 아스트릭트(a'strict)의 <Starry Beach>라는 작품입니다. 특유의 영상미 때문인지 많은 관람객 분들이 사진을 찍으셨답니다.

우리는 가상의 존재임을 알면서도 이 파도에 열광하거나, 혹은 두려움까지도 느끼게 됩니다. 가상의 파도에게서 자연의 파도를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동시에 가상의 존재임에도, 관람객인 우리는 저 파도를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의 것과 유사한 모습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 황홀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존재. 많이들 느껴보시지 않았나요?




다음은 두 번째 전시공간입니다. '오늘로부터-상상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어요.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김이박 작가의 <식물_아카이브>라는 작품입니다. 김이박 작가는 식물치료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직업이 예술작업으로 승화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식물이란 단순한 사물, 장식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놔두면 전자파를 차단해주는 장식품, 간간히 물을 줘야하는 공기정화제... 김이박 작가는 이런 식물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게 만들려 하죠. '식물종'역시 우리와 교감이 가능하고, 소통이 가능한 존재라고요.

<식물_아카이브>를 보시면 작가가 하나하나 모은 시든 잎들이 병 안에 들어 있습니다. 마치 안치소를 연상케 하는 구성입니다. 병든 식물들이 식물 전용 등을 쬐고 있는 작품, <식물 요양소>는 꼭 병원에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 1구역 가장 중앙에 위치한 작품입니다. 강태훈 작가의 <Babelopticon>입니다. '바벨옵티콘'은 바벨탑의 바벨(Babel)과 옵티콘(Opticon)의 합성어입니다. 옵티콘은 '판 옵티콘'이라는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말인데요, 판(Pan)이 '모두', 옵티콘(Opticon)이 '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기에 판 옵티콘이란 '모두를 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둥그런 도넛모양의 수감실을 중앙의 감시실에서 바라보는 듯한, 모든 수감자를 감시자가 지켜보는 형태의 구조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흔히들 원형감옥이라고도 하죠.

즉, <바벨옵티콘>은 '바벨탑을 보다'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작품의 이름처럼 금속 재질의 파이프가, 마치 탑처럼 작품들을 크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바벨탑은 나선형이었다는 것에 반해 <바벨옵티콘>은 층들이 단절되어 있습니다.



샤덴프로이데. 돌 위에 선 연약한 토 슈즈. 타인이 불행할 때 불편한 기쁨을 느끼는 것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한글로는 '쌤통'이라든지, '꼴 좋다'같은 표현들이 비슷한 느낌을 주겠네요.



박제된 거북의 등딱지에는 수도꼭지가 달려 있습니다.


칼을 빼들고, 눈을 꾹 감은 채 묵묵히 앞을 지키는 장군상이 인상적입니다.





세 번째 전시공간, '공백으로부터-사유를'입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의 '공백'이란 무엇일까요?



전시공간 한 켠을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는 오아시스와 말린 꽃들. 박혜수 작가의 <오아시스 제단>과 <꽃이 지는 순간>이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종을 함께 하지 못했던 많은 이별들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간결한 구성과 설치로 이렇게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했습니다.



참여형 작품입니다. 신문지로 구성된 오르골을 조금씩 돌려가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네 번째 전시공간입니다. '대자연으로부터-용기를'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부제에 걸맞게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다수입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박형근 작가의 <Cosmos-3>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보면 꼭 밤하늘, 저 멀리 우주에 펼쳐진 은하수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작은 빛들입니다. 발상이 독특하다 생각되었습니다.



같은 작가의 <금단의 숲> 시리즈입니다. 작품의 배경은 머나먼 외국이 아닌, 바로 제주도의 숲입니다. 꼭 숲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The Nature of Art>展은 예상보다 풍부한 구성과 전시의 주제가 감탄스러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되돌아보고, 애도하며, 다시 갈무리하자는 주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좋은 키워드였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리였습니다. 작품도 작품이었지만 전시의 테마에 걸맞게 파도 영상에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는 관람객분들, 코로나19 사망자를 기리는 관람객분들을 보며 많은 감상이 교차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관람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형태의 작품이 많았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가족 모두 관람하기 좋은 부산 시립미술관 전시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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