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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한국의 산토리니! 길에서 만나는 예술작품,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본문

예술문화/전시

[전시 리뷰] 한국의 산토리니! 길에서 만나는 예술작품,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ca12 2021. 6. 3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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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용구입니다. 여러분은 흰여울마을을 알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가보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흰여울은 봉래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내릴 때 물거품이 생기는 모습이 꼭 하얀 눈 같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도 많은 인지도를 얻었죠. 이후 문화예술마을로 탈바꿈하려는 구청의 노력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고요. 멀리서 보면 꼭 작은 상자를 다닥다닥 붙여놓은 듯한 외형(일명 하꼬방이라고 하죠. 하꼬는 일본어로 '상자'라는 뜻입니다.) 덕분에 부산,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오늘은 흰여울마을을 구성하는 여러 예술작품들과 함께 마을을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

흰여울은 대로변과 맞닿은 A코스, 절벽 바로 위에 있어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B코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B코스로 투어를 시작하면 절영해안산책로로 가기에도 편리합니다. 오늘은 A코스와 B코스를 번갈아가며 글을 써보려 합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최근 인기가 많아져서.. 점심이나 이른 오후에 방문하시면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버스도 많이 없어서, 자가용이 없다면 교통도 불편합니다. 영도는 지하철이 없는지라 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이거든요. ) 안 그래도 길이 좁은 동네인지라, 유명한 가게들을 방문하실 예정이 아니라면 저녁 시간대에 방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바다가 맞닿은 동네이기에 밤에 방문해도 예뻐요.


저는 A코스의 가장 끝자락인 흰여울전망대, 느린 우체통이 있는 곳에서부터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시는 분들은 백련사 역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흰여울마을의 끝자락에 있기 때문에 사람이 비교적 적은 곳입니다.

흰여울마을은 마을 전체가 경사져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전망대 쪽으로 갈 수록 높아지는 구조죠. 흰여울마을은 건물들의 높이가 낮고, 볕이 바로 내리쬐기 때문에 오르막을 오르려고 하면 은근히 힘이 듭니다. 그렇기에 저는 백련사-흰여울전망대 쪽에서 출발하시기를 권장하는 편입니다.

조금만 내려가면 자판기가 놓인 건물 옥상이 보입니다. 의자도 비치되어 있어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습니다.

흰여울 특유의 투박하고, 정겨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이 보입니다. 마지막 작품은 실제로 B코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설치된 작품들은 흰여울마을의 주택, 상가들과 절묘하게 융합되어 있습니다.


흰여울마을은 다양한 상점들이 위치해 있기에, 작품이 아니라 가게들을 구경하는 맛도 쏠쏠합니다. 생선, 바다 그림이 많아 어떤 것이 작품이고, 어떤 것이 간판인지 가끔 헷갈리기도 해요.

이제 주택들과 맞닿은 B코스로 가보려고 합니다. B코스는 A코스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사진 계단이 많으니 조심해서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면 넓게 트인 바다 위로 여러 선박들이 보입니다. 이 흰여울마을의 앞바다를 '묘박지'라고 부릅니다.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 원양어선 같은 배들은 배부된 순서대로 입항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기 전까지는 가만히 기다리기도 하죠. 꼭 우리가 주민센터나 병원에 가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것처럼요.

배들은 닻을 내리고 바다 위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그래서 '묘박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루에 무려 80척의 배가 머물다 간다고 해요.


이곳 흰여울마을에도 벽화가 있습니다. 봉래산을 등진 상자모양의 집들. 저 그림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흰여울마을이죠?

프로포즈 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입니다. 포즈를 잘 취하면 계단에 그려진 부케를 쥐고, 건네는 듯한 모습이 되어 그런가봐요. 이 곳에서 사진을 찍는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세 번째 사진의 벽은 A코스에서 소개드린 작품의 배경이 되었죠. ^^

어디를 가나 흰여울마을 특유의 정겨움이 묻어납니다.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짭짤한 바닷바람은 또 어떻고요.

일명 '무지개 계단'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절영산책로와 흰여울마을을 이어주는 계단입니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아주 가파릅니다.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서인지, 타일 위에 영화 명대사들이 프린팅된 채로 붙어있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영화 촬영지가 아닌, 흰여울의 풍경에 매료되어 오신 분들이 더 많아보였지만요.

정겨운 벽화들.


파도처럼 굽이치는 흰여울의 골목길이 아름다워 걷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꼬막계단의 꼬막이 새빨간 조개 '꼬막'은 아니지만, 표지판은 조개모양이더군요. 이름이 귀엽습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주민분들이 길고양이에게 아주 잘 대해주십니다. 길 사이사이를 보면 길고양이들의 밥그릇도 보이고, 고양이들이 이 동네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긴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길 한복판에 누워 잠을 잔다든지.)

풍경들.

흰여울에 위치한 상점에서 판매중인 다육이와 식물들.



캘리그라피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기억합니다. 건물 외벽에 글귀가 적혀있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민분들의 삶이 담뿍 묻어나, 마을 곳곳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흰여울 마을 안내소 건물과 함께 길은 끝이 납니다.



흰여울 마을은 최근들어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영도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지하철이 없어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온전히 버스에 의지해야 하죠. 헌데 요즘은 관광객이 늘다보니, 점심 시간만 되어도 관광객으로 버스가 북적거리더라고요. (출퇴근 시간은 논외로..)

흰여울 마을 특유의 좁은 길, 그리고 붐비는 인파,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를 생각하자니 현지인으로서는 발이 잘 가지 않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헌데 최근,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흰여울 마을에 예술품들이 곳곳에 설치된 것이 보였습니다. 날이 갈 수록 마을 쉼터라든지, 안내소가 생기는 것을 보고 관심이 생겨 이번 기회에 들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흰여울 마을은 명실상부한 부산의 관광지로 이름을 굳히기 위해 노력 중이었습니다. 그에 응해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들러주시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습니다. 현지인인 제가 보기에도, 길다란 길을 쭉 걸으며 작품을 관람하는 문화마을 컨셉은 참 괜찮은 것 같다 생각이 들었고요. (흰여울 마을 특유의 좁은 길은 어찌 할 수 없지만.....)

부산하면 바로 생각나는 바다는 역시 해운대인데, 영도 바다가 지닌 색다르고 독특한 매력을 전해줄 수 있어 좋지 않았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현지인 분들이었습니다. 관광객분들이 현지인분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거든요. 좁은 길 바로 옆에 실거주 중인 주민분들이 계시는 만큼(더군다나 배부분 고령이시니.) 구청의 안내와 관광객의 배려로 멋진 문화마을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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